공대출신 감성 시 (5) 썸네일형 리스트형 눈을 뜨고 기다리는 시간 눈을 뜨고 기다리는 시간 너를 기다리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게 싫다 너의 밤 늦도록 늦어지는 술 자리를 난 내 방 한켠에서 자리를 메운다 혹여나 술에 취하진 않을까 이상한 사람들이 다가오진 않을까 컴컴한 내 방에 비추는 월광이 오늘따라 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너는 그저 손이 풀린 메시지를 나에게 보낸다 문장 하나하나 맞는 법이 없이 날아오는 너의 날카로운 문자는 나에게 비수로 다가와 따끔하게 꽂힌다 오늘 밤도 불안함을 친구삼아 너와 다른 곳을 마주하며 잠을 청한다 점진적 대화의 손실 썸에서 연인으로 넘어가는 순간이 있다. 그때의 우리에게 피곤과 늦은 시간은 없다. 새벽이 넘어가도록 이어가던 카톡, 이 지구에 온갖 긍정적인 것들만 남아 있는 소중한 순간. 그 찰나의 감정이 영원히 지속된다면 이 세상은 어떨까, 밝게 빛나던 잠깐의 세상에는 그늘이 드리워지고, 항상 옆에 붙어있던 따스했던 온기가 식어 추위를 알게 되었을 때쯤 너와 나는 서로 다른 길로 걸어가고 있었다. 시간에 속지말자 오늘 하루가 길었다고 속지말자 업무시간이 안간다고 속지말자 그녀와 함께 있어 시간이 빨리 갔다 속지말자 어느덧 늙었다고 속지말자 나이테가 늘어 나도 오늘 하루 열심히 살지 않은 것 같다고 좌절 하지말자 그저 순간에 살아있음을 느끼며 지나치는 모든 감정에 충실하자 4월의 작별 [4월의 작별] 독일에서 생활하던 시절 4월에 눈이 왔다. 눈 앞이 하애질 정도로 소복히 왔다. 차가운 눈꽃 송이가 피부를 어루만지며 마지막 인사를 하러 왔나보다. 그 동안 못되게 굴어 미안하다고, 시린 마음을 보듬어 주지 못해 미안했다고, 작별 인사를 하듯 펑펑 오는 눈을 보며 나도 인사를 건낸다. 좀 더 다가가지 못해 서운해 말아달라고, 몇 계절 후에 웃으며 재회하자고, 그리고, 충분한 위로가 되어 주었다고... 훌쩍 겨울 [훌쩍 겨울] 땀을 흘렸던 무더운 여름이 지나 어느덧 훌쩍 겨울이 찾아왔다 지나치는 사람들의 두터워진 옷차림새가 시간을 말해준다 겨울의 소리는 참 다양하다 소복소복 눈 쌓이는 소리 뽀득뽀득 눈 밟히는 소리 훌쩍훌쩍 코 소리 눈과 귀가 즐거워지는 시린 겨울 칼바람에 아리워지는 지난날의 감정들 그럼에도 버틸 수 있는 건 곧 찾아 올 벚꽃이란 선물 이전 1 다음